붓 끝으로 자연을 채우고 비우는 화가 이춘환

2021-08-27

붓 끝으로 자연을 채우고 비우는 화가 이춘환 

― 글. 최재민 (Creative Director) 


한 사내가 있다.

바다는 푸르고 바람은 맑은

전남 완도에서 자란

한 사내가 있다.


사내는 운명처럼 화가가 되었고

그의 붓에는 언제나 자연이 담겼다.

가득 채워져도 자연이었고,

텅 비어도 자연이었다.


붓 끝에 드러난 건

산과 구름처럼 보이는 것만은 아니었다.

고요한 풍경을 가르는 바람이 담겼고,

나무와 풀을 함께 키우는 햇살이 담겼다.

때로는 소리로,

때로는 빛으로,

때로는 느낌으로 담겼다.


그 덕에 사람들은

가지 않고서도 산의 기운을 받았고

이르지 않고서도 충만함에 닿을 수 있었다.

시간이 갈수록

사내의 그림은 여전히 자연으로 깊어졌고,

자연 아닌 자연은 저절로 사라져갔다.


이제는 칠월 따가운 볕

날마다 땀에 절어 지쳐있다면

사내가 그린 그림 속으로

들어가보자.

그곳에선 바람이 불 테다

지친 등을 펴게 하는 힘이 솟을게다

그렇게 사내의 그림은

당신을 다시 세울 것이다.

우리가 가고 싶었던

자연이라는 이름으로.